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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교는 지금]
반전 평화운동에 앞장선 미국의 여성 불교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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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  2024 년 1 월 [통권 제129호]  /     /  작성일24-01-05 12:58  /   조회75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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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교는 지금 12 | 미국 ⑫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발행인 겸 편집인

 

 

미국에서 불교가 시작된 것은 200년도 안 되지만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위상 때문에 전세계 불교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미국에서 명상의 유행은 전세계에 명상 붐을 불러일으켰고, 국제적인 명상 행사에는 미국인 명상가가 빠지는 경우는 없다. 전통 아시아 불교국가와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여성불교’라는 말로 표현될 정도로 훌륭한 여성불교인 지도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명상지도자, 여성학자, 여성불교 활동가 그리고 문화계와 출판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워낙 많아서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운 미국인 비구니

 

미국의 여성 불교인들을 소개한 책이 몇 권 있는데 『주목할 만한 미국 여성 불교지도자들과의 만남(Meetings with Remarkable Women: Buddhist Teachers in America)』이다. 이 책은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1950년 후반에 불교에 입문, 1960년대부터 명상수행을 하고 있는 심리치료사 레노어 프리드먼(Lenore Friedman)이 미국불교 발전에 큰 역할을 한 17명의 여성 수행자 겸 지도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 1. 100여 명의 스님들이 수행하고 있는 북가주의 만불사.

 

첫 번째 인터뷰한 내용으로 1983년에 출간하였던 책을 2000년에 다시 새로운 소식을 첨가해서 재출간하였다. 그리고 『가장자리에 서 있는 서구 여성 불자들의 현대적 시각들(Buddhist Women on the Edge: Contemporary Perspectives from the Western Frontier,)』이라는 책도 있다. 이 책은 메리안 드레서(Marianne Dresser)가 30명에 달하는 서구의 여성 불교 수행자들이 쓴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먼저 미국 여성으로 태어나 삭발하고 스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현재 출가한 상태로 수행과 포교를 하는 미국인 여성이 미국인 인구수에 비하면 아주 소수지만 몇 명인지는 잘 알 수가 없다. 출가 한 후에 또 환속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인 2세 혹은 입양으로 미국에 온 한국인 여성 출가자를 뉴욕에서 만난 적이 있다.

 

사진 2. 담마하리니 선원에서 수행하는 비구니 스님들.

 

이외에도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와 어린 시절 부모 따라 이민 온 1.5세로서 출가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드문드문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코네티컷주에 있는 대연불보정사(주지 대산스님)에는 미국인 향연스님(1962년생)이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에 뉴욕 백림사 혜성스님에게 향연(Hyang Yeon, 香蓮)이란 법명을 받았다.

 

불교 잡지나 사카디타처럼 비구니 스님 관련 국제행사에서 미국인 비구니스님들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3억 3천만 명에 달하는 미국 인구 중에서 출가한 비구니 스님을 만난다는 것은 실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렵다. 

 

중국인 선화선사가 설립한 북가주 만불사에는 상주하는 스님들이 100명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비구니 스님이 70% 정도 된다. 하지만 그중에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출생한 비구니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2023년 7월에 만불사에서 16명의 사미니 수계식이 있었지만 그들이 모두 미국이나 캐나다 출생은 아니다. 또 틱낫한 스님이 설립한 뉴욕, 캘리포니아, 미시시피 세 군데 수도원에는 다 합해서 약 200명 정도의 비구·비구니 스님이 상주하고 있다.

 

뉴욕 수도원인 블루 클리프(Blue cliff)에는 비구 18명, 비구니 26 총 44명의 스님이 있다. 미국에는 베트남 출신 비구니 스님들이 꽤 많다. 북가주 북쪽에 있는 샤스타 수도원에도 비구니들이 있다. 그리고 북가주 담마하리니 선원(Dhammadharini Monastery)에도 10명 정도의 비구니 스님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위에 언급된 곳이 미국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많이 있는 곳인데 현재까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1960년대, 지유 케넷과 샤스타 수도원

 

미국에서 서양인 비구니로 처음 활동한 사람은 지유 케넷(Jiyu Kennett, 1924~1996)으로 볼 수 있다. 그녀는 영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였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성공회에서 몇 년 동안 오르간을 연주하고, 남자를 채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교회에 취직을 했다. 

 

사진 3. 최초의 서양인 비구니 지유 케넷(Jiyu Kennett, 1924~1996).

 

거기서 십년 간이나 박봉으로 열심히 일했건만 자리를 원하는 한 남자가 나타나자 그녀를 대뜸 해고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지유가 불교로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런던불자협회에서 일하게 되었고, 조동종 본사 총지사의 코호 선사(Koho Zenji)를 영국으로 초청하는 일에 가담하게 되는데, 이것이 훗날 그녀가 일본행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코호스님은 그녀가 출가하고 활동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언제나 그를 지지하고 후원하였다.

 

사진 4. 샤스타 애비 선원(Shasta Abbey). 사진 송광섭.

 

1962년 말레이시아에서 첫 번째 수계를 받은 지유는 1970년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들 몇 명의 도움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6시간 떨어진 곳에 샤스타 수도원을 세웠다. 일상생활을 스승으로 삼아 하루의 일과 하나하나를 모두 명상의 표현으로 여기는 수도생들은 빵과 치즈를 만들어 먹고 또 고급 빵 제품도 만들어 팔아서 수도원 운영자금을 충당한다. 수도생들은 외로움, 실망, 짜증, 모든 괴로움에서 도망가려 하지 않고 철저히 느끼고 내려놓는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선배 수도승들의 지도와 자비로운 격려, 불경 공부와 명상으로 힘을 얻어 정진한다고 한다.

 

1970년대에 활동한 미국인 비구니들

 

기존에 알려진 미국태생 비구니 스님들은 1970년대와 관련이 깊다. 1970년대는 미국에 불교 열풍이 불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 출가한 사람들, 혹은 이 시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 현재 미국불교의 비구니 원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활동했던 베트남 스님 틱티엔-안(Thich Thien-An)의 제자인 카루나 달마(Karuna Dharma, 1940~2014)는 10년 전에 별세했다. 

 

사진 5. 카루나 달마(Karuna Dharma, 1940~2014).

 

미국인들에게 훌륭한 비구니로 널리 알려지고 잡지 표지로도 자주 소개되는 페마 초드린(Pema Chodron, 1936~)은 티베트 쵸감 트룽파 린포체의 제자이다. 많은 저서를 낸 그녀는 오랫동안 삼발라 센터의 간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1983년에 건립된 캐나다 노바스코샤에 있는 감포승원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사진 6. 페마 초드린(Pema Chodron, 1936~).

 

툽텐 쵸드론(Thubten Chodron, 1950~)은 1977년에 비구니계를 받았다. 현재 시애틀에 있는 법우회(Dharma Friendship Foundation)에서 가르치고, 수련회 지도를 위하여 해외여행을 많이 한다. 그녀가 쓴 책으로는 『열린 가슴, 투명한 마음(Open Heart, Clear Mind)』과 『당신의 마음은 무슨 색깔인가?(What Color Is Your Mind?)』 그리고 『당신은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가?: 서양 비구니의 삶(You’re Becoming a What?: Living as a Western Buddhist Nun)』 등이 있다. 

 

사진 7. 툽텐 쵸드론(Thubten Chodron, 1950~).

 

카르마 렉시 쏘모(Karma Lekshe Tsomo, 1944~)는 샌디에고 대학 교수로 ‘Sakyadhita International Asociation of Buddhist Women’의 공동 창립자이다. 1977년 신자 수계, 1982년 비구니 수계를 했다.

이들과 달리 1948년생으로 1970년대에 하바드대학교를 다녔던 아야 소바나(Ayya Sobhana)는 히피세대로 동성애자였는데, 2003년 스리랑카 출신의 반테 구나라타나(Bhante Gunaratana)에게 사미니계를 받았다. 원래 천주교 신자였는데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 오빠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가 3년 안에 모두 죽었다. 그러나 천주교를 비롯해 기존의 종교에서는 본인의 영적인 괴로움에 대해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위빠사나 수행을 접하게 되었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북쪽 소노마 마운틴 지역의 펜그로브(Pengrove)라는 도시에 있는 담마하리니 선원(Dhammadharini Monastery)의 부원장으로 있으면서 수행과 포교를 하고 있다. 그녀는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강의를 잘한다고 정평이 나 있다.

 

사진 8. 아야 소바나(Ayya Sobhana, 1948~), 사진 가운데.

 

비구니 클레어 카터(Sister Clare Carter)는 1950년 보스톤에서 출생하였다. 1981년 스님이 되었는데 역시 1970년대 히피였던 사람이다. 그녀는 매사추세츠주의 레버렛(Leverett)에 있는 일본산 묘법사 계열의 피스 파고다(peace Pagoda) 수도원에서 일본인 스님과 함께 포교하고 있다. 이곳에서 ‘남묘호랑게교’를 외치며 수행하면서 평화운동을 하고 있다.

 

메일리 스코트와 평화를 위한 비폭력 명상

 

메일리 스코트(Maylie Scott, 1935〜2001)와 그가 속한 그룹의 활동은 미국 참여 불교인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미주현대불교》 2018년 6월호에 실린 주현 박사의 글을 요약하면 이렇다.

 

스코트는 하바드대학교를 졸업하고, 버클리에서 소셜 워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버클리 젠센터에서 활동했던 일본 조동종 계열의 비구니다. 북부 캘리포니아 아르카타 젠그룹(Arcata Zen Group)에서 격월간으로 선 지도를 하고 또 평화단체에서 일하고, 불교도 사회참여 단체(Buddhist Alliance for Social Engagement)의 지도 교사로 활동했다.

 

사진 9. 클레어 카터(Sister Clare Carter, 1950~).

 

메일리 스코트는 1987년 9월, 샌프란시스코 동쪽 30마일 지점에 있는 콩코드 해군 무기저장소(Concord Naval Weapons Station, CNWS)에서 불교 평화단체를 결성하여 3년 이상 비폭력 시위를 주도한 사람이다. 1987년 9월 1일, 비폭력주의자 브라이언 윌슨과 그의 친구 두 명은 기차 궤도 위에 앉아서 무기 운반 기차를 막을 것을 결심한다.

 

해군 기지에 그들의 의도를 알리자 해군 병사들이 나와서 기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고속도로 교통을 통제했다. 시속 5마일로 달려야 할 기차는 교차로에서 15마일로 달렸다. 선로 위에 반가부좌로 앉아 있던 브라이언 윌슨은 기차에 치이고 기차 밑으로 끌려 들어갔다.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 다리가 잘려 나갔으나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다. 1987년 브라이언 윌슨은 CNWS에서 “매번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에서 사람들이 죽는다. 그들의 생명이 우리보다 덜 가치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생명이 더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해안 지역에 있는 가장 큰 핵과 재래식 무기의 해상 운송 저장소인 CNWS에서 매주 몇 차례씩 아시아와 남미로 판매하는 군수품으로 인하여 그동안 750만 명의 인명이 살상되었다고 추정했다.

 

사진 10. 메일리 스코트(Maylie Scott, 1935〜2001). 반전 평화를 위한 비폭력 명상운동을 펼쳤다.

 

메일리 스코트는 브라이언이 불구가 된 이틀 후, 항의하고자 모여든 15,000명의 시위 군중을 주도했다. 일부는 ‘뉴렘버그 항의(Nuremberg Action)’라고 칭하며 야영을 시작하여 1991년 걸프전쟁까지 계속하였고, 집단 야영지는 샌프란시스코와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부터, 특히 여름 동안은 전 세계로부터, 평화 행동단체의 이정표가 되었다. 그들의 장소는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의 폭력, 제도화된 무지, 그리고 무기의 폭력에 대하여 “No!”라고 말하는 근거가 되었다.

 

메일리 스코트는 매일 낮과 밤 버클리에 있는 집에서 운전하여 CNWS로 가서 시위하고, 때로는 감옥에도 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중생활처럼 보이는 삶을 계속했다. 그러다 마침내 1988년 1월 버클리 젠센터에서 일본 조동종 계열의 비구니계를 받는다. 그녀는 기지 앞에 있는 고속도로에서 중앙아메리카, 팔레스타인, 이란 등지에서 무기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흰 십자가를 들고서 많은 시간 걸으며 명상을 했고, 더 많은 시간은 마티네즈 카운티 교도소의 노랑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시끄러운 TV 연속극 소리와 함께 수식관을 하면서 그녀의 조급함을 달랬다. 그렇게 하면서 메일리는 문제의 핵심에 뛰어들어 열린 마음의 의도를 가지고 중도의 삶을 사는 법을 배웠다. 브라이언 윌슨은 CNWS에 소송을 제기하여 결국 승소했고, 많은 대화와 방법을 통하여 해군 당국은 그 과정에 더욱 조심하게 되었다.

 

1990년 2월, 메일리 그룹은 토요일 밤 좌선회를 결성하였고, 그 지역 불교평화단체는 일 년 이상 매달 한 번씩 토요일에 ‘마음챙김 명상의 아침(Morning of Mindfulness)’을 지원하여 모두 둥글게 둘러 앉아서 비가 오든 맑은 날이든 명상을 했다. 그들은 십자가를 들고 「자애경(metta sutta)」을 끝으로 독송했다. 그들의 농성기도는 1991년 2월 걸프전쟁이 시작되면서 끝났다. 참석하는 사람 숫자도 점점 줄고, 더는 선로 근처에 테이블도 그림도 기도를 위한 깃발도 없다. 무기를 실은 트럭이나 기차는 예전처럼 아무런 장애 없이 길을 통과하고 있다. 메일리 스코트의 3년 5개월에 걸친, 기도와 함께 진행한 비폭력 불교평화단체의 시위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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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편집인 및 발행인. 전북 김제가 고향으로 전북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89년 뉴욕에서 월간 잡지 『미주현대불교』를 창간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사단법인 ‘korean Cultural Heritage Foundation’을 설립하여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남북불교교류 활동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북한사찰순례단을 조직하여 2005 년부터 4차례에 걸쳐 단체로 북한사찰순례를 하면서 북한불교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 금지로 인해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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